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드라마, 글로벌 흥행 속 현실 의료 시스템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증외상센터’가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글로벌 TV쇼 순위 3위에 오르는 등 화제성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 속 감동적인 의료 활동과 달리, 대한민국 중증외상센터의 현실은 여전히 열악한 상태다. 수년간 이어진 정부의 지원 정책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글로벌 흥행…시즌 2·3도 기대감
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 따르면 지난 1월 24일 공개된 ‘중증외상센터(The Trauma Code: Heroes on Call)’는 넷플릭스 글로벌 TV쇼 부문에서 3위를 기록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홍콩, 싱가포르,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1위를 차지하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9위, 일본에서는 5위를 기록하며 글로벌한 인기를 입증했다.
이 드라마는 2019년 네이버 웹소설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를 원작으로 하며, 원작자인 이낙준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직접 스토리를 집필했다. 이낙준 작가는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를 통해 “처음엔 웹툰과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게 꿈이었지만, 실제로 판권이 팔리고 나서도 한참 동안 제작이 지연됐다”며 “2023년에야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됐고, 드디어 세상에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이 드라마는 시즌 2와 3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작품”이라며 “시즌 1이 성공하면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웹소설과 웹툰이 유료 콘텐츠로 제공되기 때문에, 드라마 흥행에 따라 원작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와 현실의 괴리…중증외상 환자 치료 고질적 문제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지는 것과는 별개로, 한국 중증외상센터의 현실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정부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전국 16개 권역에 중증외상센터를 설립하는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후 센터 수는 17개로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2022년에는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을 통해 권역외상센터를 60여 개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의료진 확충과 운영 예산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미비한 상태다.
질병관리청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중증외상환자의 치명률(사망률)은 65.5%였으며, 2023년에는 52.5%로 낮아졌다. 하지만 같은 기간 장애율은 64.1%에서 77.4%로 증가했고, 중증장애율 역시 31.6%에서 36.3%로 높아졌다. 선진국 대비 사망률이 여전히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또한 중증외상환자는 ‘골든타임’이 극도로 짧아 신속한 처치가 필수적이지만, 서울처럼 의료 과밀 지역에서는 오히려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2017년과 2019년 서울의 예방 가능 외상 사망률은 전국 시·도 중 최하위를 차지했으며, 응급센터로 신속히 이송되더라도 인력과 시설 부족으로 치료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정부 대책, 권역외상센터 현실..근본적 해결책 될까?
정부는 중증외상센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원금을 확대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진들은 지원금보다는 근본적인 환경 개선과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2017년 이국종 교수는 권역외상센터의 열악한 현실을 폭로하며 “어차피 곧 끝날 관심 아니냐”는 발언을 남겼다. 그의 우려는 7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복지부의 권역외상센터 지침에 따르면, 의료진은 외상 환자 외에 다른 환자 진료 및 수술을 할 수 없다. 이는 의료진의 피로도를 가중시키고, 병원 내에서도 소외되는 상황을 초래한다. 또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비 삭감 문제로 인해 센터 운영이 더욱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중증외상센터’는 판타지…현실과의 괴리감
‘중증외상센터’의 원작자 이낙준 작가는 드라마가 “메디컬 판타지” 장르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드라마 속 주인공 백강혁(주지훈 분)은 초감각 능력을 지닌 캐릭터로, 검사 없이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는 설정이다. 또한 헬기에서 환자를 업고 레펠(공중에서 밧줄을 타고 하강하는 행위)하는 장면은 “실제 의료 환경에서는 불가능한 장면”이라고 덧붙였다.
이 작가는 “우리나라 의사 중 헬기 레펠이 가능한 사람은 없고, 더군다나 환자를 업고 레펠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하지만 드라마의 분위기가 가볍기 때문에 판타지 요소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의료계 관계자들은 “드라마의 흥행이 중증외상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현실을 지나치게 미화할 경우 오히려 문제 해결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높아지는 관심, 과연 현실 변화로 이어질까

‘중증외상센터’는 높은 화제성과 글로벌 흥행을 기록하며 의료계의 관심을 다시금 환기시키고 있다. 하지만 과거에도 중증외상 관련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음에도, 현실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2012년 ‘골든타임’, 2016년 ‘낭만닥터 김사부’ 등이 의료 현실을 다뤘지만, 정부의 대응은 단기적인 관심에 그쳤다.
과연 이번 ‘중증외상센터’의 열풍이 일회성 관심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의료 현실 개선의 계기가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