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17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10월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했던 기름값이 최근 환율과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을 받아 소폭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대외적인 변수로 인해 향후 가격 변동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휘발유 가격 17주 만에 하락세 전환
8일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정보 공시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2월 첫째 주(2~6일)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된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ℓ)당 1733.06원으로 전주보다 0.04원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둘째 주 이후 17주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를 기록한 것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주 대비 4.1원 하락한 1801.8원으로 여전히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전국 최저가를 기록한 대구는 직전 주보다 1.4원 하락한 1706.4원을 기록했다. 부산 지역도 평균 1726.69원으로 전주보다 1.83원 내렸다.
경유는 상승세 지속, 일부 지역은 하락 전환
휘발유와 달리 경유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월 첫째 주 전국 주유소 경유 평균 판매가는 1597.73원으로 전주보다 1.06원 올랐다. 그러나 부산 지역에서는 경유 가격이 1.10원 하락하며 1583.66원을 기록해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하락 전환했다.

국제유가 하락, 국내 기름값 하락 추가 가능성은?
이번 주 국제유가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 우려 ▷미국 주간 원유 재고 증가 등의 영향을 받아 하락했다. 2월 첫째 주 기준 국제 유가는 다음과 같다.
- 두바이유: 배럴당 78.1달러 (전주 대비 2.8달러 하락)
- 국제 휘발유: 배럴당 84.2달러 (전주 대비 0.7달러 하락)
- 국제 경유: 배럴당 91.9달러 (전주 대비 1.2달러 하락)
국제유가 변동은 국내 주유소 가격에 약 2~3주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만큼, 국내 기름값도 단기적으로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국제유가와 환율이 당분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경우 국내 기름값 역시 다음 주까지는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다.
대외 변수로 인한 가격 반등 가능성도
하지만 국제유가는 대외 변수에 따라 언제든 변동할 수 있는 만큼, 기름값이 다시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미국 신정부 출범 후 대중국 관세 부과 정책이 강화되면서 국제 유가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 변동도 기름값에 큰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국내 기름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제 정세 변화나 공급망 이슈에 따라 다시 상승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라며 “국제 원유 시장의 변동성을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라고 전했다.
소비자 체감 효과는 미미할 수도
휘발유 가격이 하락했다고는 하지만 그 폭이 0.04원에 불과해 소비자들이 체감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서울 지역에서는 여전히 1800원대 가격이 유지되고 있으며, 지방에서도 큰 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다. 또한, 경유 가격은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어 화물 운송업 등 경유 사용 비율이 높은 업종에서는 부담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기름값 안정을 위해 유류세 인하 정책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경우 추가적인 유류세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향후 기름값 전망은?
현재로서는 국제유가 하락세와 맞물려 국내 휘발유 가격이 추가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지만,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어 유가 변동성이 높은 상황이다. 특히, 국제 원유 시장의 변동은 국내 기름값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앞으로의 유가 흐름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한석유협회는 “단기적으로는 국내 기름값이 소폭 하락하거나 보합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지만, 국제 정세와 환율 변동성에 따라 언제든 반등할 수 있다”라며 “소비자들은 가격 변동성을 고려해 유류 소비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휘발유 가격이 17주 만에 하락했지만, 향후 흐름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국제 유가 하락이 지속될지, 혹은 새로운 대외 변수로 인해 다시 상승할지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