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 요청

구글에 이어 애플까지 국내 축척 1:5,000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해외 서버로 반출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을 정부에 제출하면서, 정보 주권과 국가 안보가 다시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이 같은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정부의 요구사항을 어느 정도 수용하겠다는 태도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은 축척 2만 5,000분의 1 지도보다 정밀한 고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구글과 애플이 요구한 1:5,000 축척 지도는 이 기준을 크게 벗어난 영역으로, 정부는 여러 부처가 참여하는 국외 반출 협의체를 구성해 신청 건을 심의하고 있다.

애플은 이번 신청에서 미국 본사 및 싱가포르 데이터센터로 지도 데이터를 반출하길 원하며, 보안시설에 대한 블러(가림 처리), 위장, 저해상도 지도 제공 등 정부 요구사항을 일부 수용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다만, 정부는 “보안 위험, 정보 유출 가능성, 국내 기업 경쟁력 저하” 등의 이유로 반출 승인 여부 결정을 2025년 연말 또는 12월 초로 연기한 상태다.

이 사안은 단순히 지도 데이터의 소유권을 넘기는 문제가 아니다. 국가 안보와 정보 주권, 지형 기반 혁신 서비스의 자유, 국내 IT 생태계 보호 등이 모두 얽혀 있는 복합 쟁점이다. 전문가들은 “고정밀 지도는 군사·치안·재난 대응 등 국가 기반 시스템의 핵심 자원”이라며, 해외 반출이 허용될 경우 보안시설 노출, 시설 공격 가능성 확대 등 리스크가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반대로 해외 기업의 데이터 활용을 제한하면 기술 경쟁력 확보나 글로벌 서비스 품질 유지가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현재 구글의 반출 신청은 이미 심사 중이며, 정부는 2025년 8월 11일까지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애플의 경우에도 신청서 접수 이후 반출 허가 여부 통보 시한을 9월 8일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정부는 애플과 구글 각각의 신청을 분리해서 심사하겠다는 방침이어서, 결정 시점과 기준 차이도 변수로 떠오른다.

결국 이 문제는 단순한 기술/사업 조율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기술 주권을 얼마나 지킬 것인가, 또 글로벌 IT 기업과의 관계에서 균형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대한 국가적 선택표다. 애플과 구글의 요청이 승인되느냐에 따라, 국내 지도·모빌리티 산업과 보안 체계, 심지어 외국 기업의 향후 국내 데이터 사업 전략까지 판도가 바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