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의 흐름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더 이상 클라우드에만 의존하는 시대가 아니다. 오늘 한글과컴퓨터가 인텔, LG전자와 함께 내년 초를 목표로 온디바이스 AI 신제품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국내 기술 업계가 한층 긴장된 분위기에 들어섰다.
이 발표는 단순한 제품 출시가 아니라, AI의 작동 방식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김연수 한글과컴퓨터 대표는 “AI를 단말기 안으로 가져와 사용자 경험을 완전히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온디바이스 AI는 쉽게 말해 클라우드 서버 없이 기기 자체에서 인공지능 연산을 수행하는 기술이다. 기존에는 AI 기능을 실행하려면 서버와 데이터를 주고받는 과정이 필수였지만, 이제는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내부의 프로세서만으로 실시간 AI 분석이 가능해진다. 인텔은 이 프로젝트에 최신 ‘코어 울트라’ 시리즈 프로세서를 제공하며, LG전자는 하드웨어 최적화 및 사용자 인터페이스 설계를 맡는다. 한글과컴퓨터는 오랜 소프트웨어 노하우를 기반으로 AI 엔진과 응용 기능을 통합한다. 세 기업이 각자의 영역에서 강점을 모은 셈이다.
이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속도’와 ‘프라이버시’다. AI가 단말기 내에서 동작하면 인터넷 연결이 불안정하더라도 끊김 없이 기능을 사용할 수 있고, 개인정보를 클라우드로 전송하지 않아 보안 측면에서도 안전하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처럼 휴대성이 높은 기기에서는 빠른 응답성과 오프라인 환경 지원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김연수 대표는 “AI 기능이 더 이상 서버에 갇혀 있지 않고, 사용자의 손안에서 즉시 반응하게 될 것”이라며 “국내 사용자가 AI를 훨씬 더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컴은 이번 협업을 계기로 단순한 오피스 소프트웨어 기업을 넘어 AI 기반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을 노리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컴은 생성형 AI 기반 문서 요약, 회의록 자동 작성, 음성 명령 기능 등 다양한 기능을 실험 중이다.
여기에 인텔의 고성능 프로세서와 LG전자의 하드웨어 기술이 결합되면, 기존 클라우드 기반 AI보다 훨씬 가볍고 효율적인 시스템이 만들어진다. 이는 앞으로 PC, 스마트폰, 심지어 IoT 기기까지 AI 경험을 확장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번 발표를 ‘AI 시장의 새로운 축 이동’으로 평가한다. 지금까지는 구글, MS, 오픈AI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클라우드 AI 시장을 주도했지만, 온디바이스 AI가 보편화되면 하드웨어·소프트웨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개별 기기 제조사가 새로운 주도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텔은 이번 협업을 통해 “AI 연산이 CPU 중심에서 GPU, NPU(신경망처리장치)로 확대되는 시대에 맞춰 최적화된 프로세서 아키텍처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 역시 이번 협력을 자사 가전 및 스마트 디바이스 라인업으로 확장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예를 들어, 냉장고나 TV, 노트북 같은 제품에 온디바이스 AI를 탑재하면,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즉시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결국 한글과컴퓨터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얻게 되는 진짜 성과는 ‘협업을 통한 생태계 확장’이다. AI 기술이 단일 서비스 수준을 넘어, 하드웨어-소프트웨어-콘텐츠를 잇는 거대한 통합 구조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기술적 과제도 분명하다. 온디바이스 AI는 단말기 성능에 따라 품질 차이가 발생할 수 있으며, 연산 부하와 발열, 배터리 효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단말기 수준으로 얼마나 경량화할 수 있느냐도 핵심이다. 한글과컴퓨터는 이를 위해 자체 모델 최적화 기술과 연산 분산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력을 국내 IT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자극을 줄 것으로 내다본다. AI 산업의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한국 기업이 주도적으로 온디바이스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의 주도권이 클라우드에서 디바이스로 옮겨가는 시점에, 한컴이 이 흐름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소프트웨어 기업이 하드웨어 협업을 통해 얼마나 완성도 높은 AI 경험을 제공할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한글과컴퓨터는 이번 협업을 통해 2026년까지 온디바이스 AI를 탑재한 다양한 신제품군을 단계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한컴의 AI 전략은 ‘실용적 혁신’에 있다. 사용자들이 복잡한 기술을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번 발표는 단순히 하나의 제품이 아니라, 한국 기술 기업들이 AI 시대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선언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