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BMW가 V8 엔진의 단종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사실상 재확인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C63의 V8을 4기통 하이브리드로 바꾸고 대부분의 완성차가 다운사이징과 전동화에 속도를 내는 것과 정반대 행보다. 이는 EU 탄소규제 완화 흐름과 M·XM 등 초고마진 모델의 수익 구조가 맞물린 결과로 읽힌다.
무슨 일인가
BMW는 4.4리터 트윈터보 V8(S68) 엔진을 X7, X5 M, X6 M, M8, XM 등 핵심 고성능·플래그십 라인업에서 계속 쓰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같은 세그먼트에서 경쟁하는 메르세데스-AMG가 C63을 4기통 플러그인하이브리드로 바꾼 것과 대조적이다. AMG의 다운사이징은 출시 직후 소비자 반발과 중고차 시세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BMW의 이번 결정은 벤츠의 실패 사례를 학습한 결과에 가깝다.
BMW의 논리는 명확하다. 배기량 다운사이징이 주는 연비·배출 이득보다, 대형 SUV·고성능 모델 고객이 요구하는 사운드·토크·브랜드 헤리티지를 지키는 편이 마진 방어에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X7과 XM, M8 등 V8 탑재 모델은 BMW 전체 판매 대수 대비 비중은 낮지만 대당 영업이익 기여도는 세단·해치백 라인업을 크게 웃돈다.
동시에 BMW는 전동화 속도를 늦추는 대신 라인업을 이원화하는 쪽을 택했다. 2025년 X3부터 순차 투입되는 신형 전기 전용 아키텍처 노이에클라세는 내연기관과 별도 플랫폼으로 굴러가고, V8은 기존 플랫폼 안에서 수명을 연장하는 구조다. ICE와 EV를 별도 트랙으로 쪼개 각각 최적화하겠다는 파워 오브 초이스 전략의 연장선인 셈이다.
배경과 맥락
이 결정의 배경에는 EU 탄소배출 규제 완화가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완성차 업계 요청을 받아들여 2025년 단일 연도 목표치 대신 2025~2027년 3개년 평균으로 준수 여부를 판단하도록 일정을 조정했다. 벌금 리스크가 단기에서 중기로 분산되면서, BMW 입장에서는 고배출 V8 모델을 무리하게 서둘러 걷어낼 유인이 줄었다.
여기에 미국·중동·중국 대형 SUV 시장에서 V8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도 작용한다. 전동화 전환이 가장 앞선 중국에서조차 대형 럭셔리 세단·SUV 구매층은 배기량과 사운드를 브랜드 가치의 일부로 소비한다. 다운사이징이 만능 해법이 아니라는 게 이번 결정의 밑바탕이다.
시장·종목에 미치는 영향
- BMW: X7·XM·M8 등 고마진 V8 모델 판매 지속은 평균판매단가와 영업이익률 방어에 긍정적이다. 다만 이는 EU 규제 벌금 리스크를 뒤로 미룬 것일 뿐 완전히 없앤 게 아니어서, 2027년 이후 준수 실적이 다시 변수로 돌아온다.
- 메르세데스-벤츠: 이미 C63을 다운사이징한 벤츠는 고객 반발과 중고차 잔가 하락을 감수한 상태다. BMW가 정반대 노선을 유지하며 브랜드 이미지 격차가 벌어질 경우, 벤츠의 파워트레인 전략 재검토 압력이 커질 수 있다.
- 삼성SDI: BMW는 노이에클라세용 원통형 배터리셀을 삼성SDI로부터 공급받는 계약을 맺어둔 상태다. V8 라인업 존속이 EV 신모델 개발을 늦추는 것은 아니지만, ICE 쪽에 자원이 분산되는 만큼 EV 판매 볼륨의 초기 램프업 속도는 시장 기대보다 완만할 가능성이 있다.
- LG에너지솔루션: 기존 5시리즈 PHEV·iX 라인업에 폴란드 공장에서 배터리를 공급해온 만큼, BMW의 ICE·PHEV·BEV 삼중 트랙 유지는 오히려 PHEV용 배터리 물량이 예상보다 길게 유지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 부품·소재 밸류체인: V8 존속은 대형 엔진용 정밀 주조·터보차저·배기 촉매 부품사 및 고급 윤활유 수요에도 완만한 하방 방어 요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