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비트코인이 세상에 나온 뒤 14년 동안 단 한 번도 방향을 바꾸지 않았던 궤적이 있다. 매 사이클마다 저점을 이전 사이클의 저점보다 높은 자리에 남기며 올라온 흐름이다. 이 흐름이 처음으로 꺾였다는 신호가 나왔고, 강세론자들이 반복해 온 이번엔 다르다는 논리의 근거 하나가 지워졌다는 뜻이다.
무슨 일인가
비트코인은 2010년대 초반부터 네 번의 반감기(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약 4년 주기 이벤트)를 거치며 사이클을 그려왔다. 그때마다 하락장 저점은 직전 하락장 저점보다 높았고, 이 우상향 저점 궤적은 강세론자들이 장기 보유를 정당화하는 핵심 근거로 쓰였다. 하락이 와도 결국 이전 바닥보다는 위에서 지지된다는 학습된 기대였다.
그런데 이번 국면에서는 이 궤적이 처음으로 무너지는 조짐이 나타났다. 저점이 갱신되지 못하거나 직전 사이클 대비 낮은 자리에서 지지선이 형성되는 흐름은, 14년 동안 한 번도 없었던 사건이다. 단순한 조정이 아니라 구조 자체가 바뀌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강세론자들에게 뼈아픈 지점은 따로 있다. 이 지표가 꺾인 시점이 하필 현물 ETF를 통해 기관 자금이 대거 들어온 이후라는 사실이다. 기관 수급이라는 새로운 매수 주체가 등장했는데도 저점 방어에 실패했다면, 그 자금이 무한정 매수 우위를 유지해줄 것이라는 전제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
배경과 맥락
이 우상향 저점 궤적이 14년간 유지될 수 있었던 배경은 비트코인 보유자 구성이 단순했기 때문이다. 초기 채굴자와 장기 투자자 중심의 시장에서는 급락이 와도 매도할 유통 물량 자체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상장지수펀드, 상장기업 재무제표, 파생상품 시장까지 얽혀 있어 매도 주체와 매도 이유가 훨씬 다양해졌다.
과거 사이클과 이번 사이클의 가장 큰 차이는 매수 주체다. 2017년, 2021년 강세장은 리테일 자금이 주도했지만 이번에는 블랙록 등 자산운용사의 현물 ETF와 상장기업의 재무제표 매입이 큰 축을 이뤘다. 기관 자금은 리테일보다 변동성에 냉정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어, 지표 반전이 리테일 패닉이 아니라 기관 리밸런싱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시장·종목에 미치는 영향
- 마이크로스트래티지(전략기업): 전환사채를 발행해 비트코인을 사들이는 구조라 비트코인 가격이 평균 매입단가 아래로 밀리면 대차대조표상 미실현손실이 불어나고, 회사채 신용스프레드가 벌어질 위험이 커진다.
- 마라톤디지털·라이엇플랫폼스(채굴주): 채굴 원가는 전기료와 장비 감가상각으로 고정돼 있어 비트코인 가격이 원가에 가까워질수록 저효율 채굴기부터 가동을 멈추고 매도 압력을 더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 코인베이스: 매출의 상당 부분이 거래대금 연동 수수료여서 변동성 위축과 거래대금 감소가 동시에 오면 분기 실적 눈높이부터 낮아진다.
- 블랙록: 현물 ETF 운용보수는 순자산(AUM)에 연동되므로 순유입 둔화가 이어지면 신규 상품군의 수수료 매출 성장률이 꺾인다.
-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달러 페그 코인의 총발행 규모, 대기 매수 자금의 대리 지표로 쓰임)이 늘지 않는 국면에서는 저점 반등을 받쳐줄 실탄 자체가 부족하다는 뜻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