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서울시 장기전세주택 1호 입주 세대의 20년 계약 만료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돌아온다. 2008년 송파구에 입주한 70대 A씨처럼 시세의 80% 수준 보증금으로 20년을 버텨온 세입자들이 계약 종료와 함께 민간 전세시장으로 밀려나야 하는 처지다. 문제는 이들이 처음이 아니라 앞으로 몇 년간 이어질 만기 도래 물량의 서막이라는 점이다.
사건의 전말
A씨는 2008년 장기전세주택에 입주해 시세보다 낮은 보증금으로 20년 가까이 거주해왔다. 서울시 장기전세주택 제도는 2007년 도입 당시 오세훈 시장 1기의 대표 주택정책으로, 주변 시세의 80% 수준 보증금을 내면 최장 20년까지 재계약 없이 거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도입 초기인 2007~2008년에 공급이 몰렸던 만큼, 이 물량의 계약 만료 시점도 지금부터 순차적으로 몰려온다.
A씨가 맞닥뜨린 현실은 단순한 이사가 아니다. 가령 20년 전 시세의 80% 수준이던 보증금이 3억원이었고 지금 같은 면적의 민간 전세 시세가 6억원이라면, A씨는 3억원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차액을 연 4%대 전세자금대출로 충당한다면 월 이자만 100만원 안팎이 새로 붙는다. 고령 세입자일수록 소득 증빙이 까다로워 대출 한도가 낮게 잡히는 경우가 많고, 격차를 대출로 메우지 못하면 서울을 떠나거나 더 저렴한 외곽으로 이동하는 선택지만 남는다.
서울시 입장에서도 이는 예견된 문제다. 20년이라는 시한부 계약 구조 자체가 만기 도래를 필연적으로 만들었고, 초기 공급 물량이 컸던 만큼 앞으로 몇 년간 비슷한 사례가 매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A씨 사례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이것이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예정된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구조적 배경
장기전세주택은 매입·건설 재원이 한정된 상태에서 최대한 많은 가구에 저렴한 전세를 공급하기 위해 순환 구조로 설계됐다. 20년 만기가 지나면 세입자를 교체해 새로운 무주택 가구에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그 사이 서울 전세 시세는 크게 올랐고, 20년 전 소득·자산 요건으로 입주한 고령 세입자가 지금 시세를 감당할 형편이 되기는 쉽지 않다. 제도 설계 당시 상정한 순환 주기와 세입자의 실제 노후 대비 능력 사이에 간극이 벌어진 셈이다.
여기에 최근 몇 년간 강화된 전세자금대출 심사 기준도 겹친다. 소득이 끊긴 고령층은 대출 한도 산정에서 불리하고, 보증금 격차를 메울 다른 자산이 없다면 재계약이 아니라 이주가 불가피해진다. 서울시가 재연장이나 특별 대책을 내놓지 않는 한, 이 구조는 매년 반복되는 정책 리스크로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