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한국전기연구원(KERI)이 실리콘 대신 탄화규소(SiC) 반도체를 적용한 베타전지를 국내 최초로 실증했다. 충전이나 배터리 교체 없이 50년 이상 구동 가능한 전원으로, 우주·심해·국방 감시체계처럼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극한 환경의 센서 전원으로 거론된다. 다만 이번 발표는 실험실 단계의 실증이며, 실제 신뢰성 인증과 양산 라인 전환까지는 별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무슨 일인가
KERI 차세대반도체연구센터 서재화 박사 연구팀은 국립경국대 윤영준 교수팀과 공동으로 SiC 반도체 기반 베타전지를 제작하고, 방사성동위원소를 실제로 적용한 실증에 성공했다. 베타전지는 방사성동위원소가 방출하는 베타선(전자)을 반도체 소자가 전기로 변환하는 방식으로, 화학반응에 의존하는 일반 배터리와 달리 원소가 붕괴하는 한 전력을 계속 생산한다. 이 때문에 이론상 수명이 수십 년 단위로 늘어난다.
기존 베타전지 연구는 대부분 실리콘 기반 소자를 썼다. 실리콘은 베타선을 흡수해 전자·정공 쌍을 만드는 효율이 낮고, 방사선에 장기 노출되면 결함이 누적돼 출력이 빠르게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KERI 연구팀은 이 소자를 SiC로 교체해 출력 성능을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SiC는 밴드갭이 넓고 방사선 내구성이 우수해 전력반도체 업계에서 이미 전기차 인버터용 소자로 검증된 소재다. 같은 물성이 이번에는 원자력전지의 발전 효율과 내구성을 높이는 데 쓰인 셈이다.
실증의 핵심은 단순히 소자를 바꾼 게 아니라, 실제 방사성동위원소를 붙여 발전 성능을 측정했다는 점이다. 이는 소재 성능을 시뮬레이션이나 이론값이 아니라 실측치로 확인했다는 의미이며, 국내에서 이 단계까지 도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배경과 맥락
베타전지 자체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에서는 이미 소형 원자력전지 상용화를 표방한 업체들이 등장했고, 우주 탐사선이나 군사용 무인 센서의 장기 전원으로 연구가 이어져 왔다. 문제는 언제나 출력 밀도였다. 반감기가 긴 동위원소를 쓸수록 수명은 늘지만 단위 면적당 발전량은 낮아, 실제 쓸 만한 전력을 뽑으려면 소자의 변환 효율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SiC 적용은 바로 이 병목을 겨냥한 접근이다.
국방·우주 분야에서 장기 무보수 전원에 대한 수요는 구조적이다. 심해 센서나 무인 감시 장비는 배터리 교체 자체가 비용이자 리스크이기 때문에, 초기 단가가 높더라도 50년 단위 무점검 전원이라면 총소유비용(TCO) 관점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잠재 시장의 논리이고, 지금 단계에서 실제 발주나 조달 계약으로 이어진 사례는 이번 발표 범위에 포함돼 있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