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브리핑
- 방글라데시가 러시아 로사톰과 지은 126억5000만달러 규모 루푸르 원전이 완공을 앞두고 상업운전 시험대에 올랐다.
- AI발 전력수요 폭증과 유가·기후 충격이 겹치며 세계는 다시 원전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 다만 루푸르는 자금과 연료를 모두 러시아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원전 르네상스의 그늘도 함께 보여준다.

통계적 참고 정보 · 수익 보장 아님
정밀 분석세계가 다시 원전 앞에 줄을 서는 이유는 하나가 아니다. 선진국에서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가 전력망을 빨아들이며 값싼 기저 전원이 급해졌고, 신흥국에서는 반복된 유가 충격과 기록적 폭염이 에너지 안보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가격, 지속가능성, 안보라는 세 갈래 압박이 동시에 걸리는 에너지 트릴레마 앞에서 원자력은 다시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다.
방글라데시의 루푸르 원전은 이 흐름의 한복판에 있다.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 로사톰이 짓는 이 프로젝트는 사업비 126억5000만달러, VVER-1200 2기를 묶어 총 2400MW 용량을 낸다. 남아시아에서 사실상 처음 시도되는 상업용 원전 규모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원전은 건설이 끝난다고 곧바로 전력을 파는 게 아니라 연료 장전, 저출력 시운전, 계통 연계 시험을 거쳐야 비로소 상업운전에 들어가고, 이 구간에서 지연과 비용 초과가 가장 흔하게 발생한다.
루푸르 사업비 대부분은 러시아 차관으로 조달됐고, 핵연료 역시 로사톰 계열사가 공급한다. 서방의 대러 제재가 원전 건설 자체는 비켜갔지만 금융결제망과 부품 조달까지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방글라데시는 완공 이후에도 매년 상당한 채무 원리금을 달러로 갚아야 하는데, 넉넉지 않은 외환보유고 속에서 이 상환 부담은 원전 가동률·전력요금 정책과 그대로 맞물린다.
126억5000만달러, 2400MW -- 이 숫자를 한국의 원전 수출 트랙레코드와 나란히 놓으면 시장 규모가 가늠된다. 한국이 지은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은 4기 5600MW 규모에 사업비가 200억달러 안팎이었다. 루푸르는 그 절반에 못 미치는 용량으로 비슷한 단위비용 구조를 갖는다. 원전 한 기당 수십억달러가 오가는 이 시장에서 로사톰은 이미 방글라데시·튀르키예·이집트 등 신흥국 수주를 사실상 싹쓸이하고 있고, 한국은 2024년 체코 두코바니 수주와 폴란드 등 유럽 무대에서 로사톰·중국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구도다.
루푸르는 원전이 다시 필요한 시대라는 증거인 동시에, 그 원전을 누구 돈으로 지어 어떻게 갚느냐가 용량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 한국 원전 수출주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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