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삼성전자가 그래픽처리장치(GPU) 바로 위에 HBM을 쌓는 차세대 메모리 zHBM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데이터가 이동하는 물리적 거리를 줄여 성능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첨단 HBM5 세대의 메모리 병목을 8배 수준으로 해소한다는 설명이다. 같은 자리에서 400단 낸드도 처음 선보이며 메모리 전 라인업에서 기술 주도권 회복을 시도하는 모양새다.
사건의 전말
메모리는 지금까지 GPU 옆, 인터포저 위에 나란히 배치돼 왔다. 로직 다이와 HBM 다이를 실리콘 인터포저로 연결하는 2.5D 패키징이 업계 표준이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 이종 다이를 수직으로 쌓으면 발열과 신호 간섭을 잡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공개한 zHBM은 그 제약을 정면으로 건드린다. HBM을 GPU 다이 바로 위에 얹어 데이터가 오가는 물리적 거리를 줄이는 구조로, 이동거리 단축은 곧 신호 지연과 전력 소모의 동시 감소를 뜻한다.
삼성전자 스스로도 이를 첨단 HBM5 세대의 메모리 병목을 8배 수준으로 완화하는 기술로 규정했다. 병목이 8배 개선된다는 것은 연산 유닛이 데이터를 기다리는 시간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의미이고, 이는 GPU 클러스터의 실제 연산 활용률을 좌우하는 변수다. AI 반도체 경쟁이 얼마나 빠른 GPU를 만드느냐에서 그 GPU에 데이터를 얼마나 굶기지 않고 먹이느냐로 넘어간 시점에 나온 발표라 무게가 실린다.
같은 행사에서 400단 낸드도 처음 공개됐다. HBM이 연산 옆 병목을 풀기 위한 기술이라면, 400단 낸드는 저장 밀도 경쟁에서 다시 앞서겠다는 신호다. D램과 낸드 두 축에서 동시에 세계 최초를 내세운 것은, 파운드리 부진으로 흔들렸던 기술의 삼성 서사를 메모리에서부터 복구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구조적 배경
HBM 시장은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向 공급을 선점하며 주도권을 쥔 구도였다. 삼성전자는 HBM3E 품질 인증 지연으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zHBM처럼 GPU 위에 직접 메모리를 쌓는 방식이 실제 로드맵에 오르면 경쟁의 축이 누가 먼저 12단·16단을 양산하느냐에서 누가 먼저 3D 이종 적층을 수율 있게 만드느냐로 옮겨간다. 다만 이는 컨셉 공개 단계이고, 양산 수율이나 상용화 시점은 이번 발표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종목·업종 파급
- 삼성전자 — zHBM·400단 낸드 모두 자사 개발 성과로, 메모리 사업부의 기술 리더십 재확인 이슈. 파운드리 수주 부진을 메모리 쪽 내러티브로 상쇄하려는 흐름이다.
- SK하이닉스 — HBM 선두 지위에 대한 경쟁 압력 변수. 삼성이 이종 적층 방식으로 치고 나올 경우 고객사 벤더 다변화 논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 한미반도체 — HBM용 TC 본더 등 후공정 장비를 공급하는 업체로, 3D 이종 적층 방식이 새로운 장비 스펙을 요구할 경우 장비 교체 수요의 수혜 경로가 열린다.
- 이오테크닉스 — HBM 레이저 어닐링·본딩 관련 장비사로, 적층 구조 변화 시 공정 장비 수요와 연결되는 밸류체인 하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