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기술 패권 경쟁의 무게중심이 인공지능(AI)에서 양자컴퓨팅으로 넘어가는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구글이 큐비트를 늘릴수록 오히려 오류율이 줄어드는 결과를 확인하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새로운 방식의 큐비트 칩을 공개하면서, AI 인프라 투자 이후의 다음 자본지출 사이클이 어디로 향할지가 투자자들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다만 상용화까지는 여전히 물리적 큐비트와 오류정정 기술의 성숙이라는 관문이 남아 있어, 테마성 기대와 실제 매출 기여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사건의 전말
구글은 자체 개발한 양자칩에서 큐비트 수를 늘려도 논리적 오류율이 지수적으로 줄어드는 결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양자컴퓨터가 규모를 키울수록 오히려 안정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뜻하는데, 그동안 양자컴퓨팅 진영의 최대 약점으로 지목돼온 것이 바로 큐비트를 늘리면 오류가 함께 늘어나는 현상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위상 큐비트라는 새로운 방식의 칩을 선보이며 소수의 물리적 소자로 안정적인 큐비트를 구현할 수 있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IBM은 대규모 오류정정 양자컴퓨터 상용화를 2020년대 말을 목표 시점으로 잡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스택을 함께 개발 중이다.
빅테크 세 곳이 비슷한 시기에 각자 다른 방식의 큐비트로 성과를 내놓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AI 학습·추론 인프라에 쏟아붓던 대규모 자본이 다음 기술 사이클의 씨앗을 미리 뿌리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신호로 읽힌다. 한국 역시 지난해 양자과학기술 및 양자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며 국가 차원의 지원 체계를 갖췄고, 국내 통신사와 부품사들도 관련 사업을 이미 운영 중이다.
구조적 배경
양자컴퓨팅 산업은 AI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단계별 가치사슬로 쪼개서 봐야 한다. 초전도·이온트랩·광자·중성원자·위상 큐비트 등 하드웨어 방식이 먼저 경쟁하고, 그 위에 물리적 큐비트의 오류를 잡아내는 오류정정(QEC) 기술이 병목으로 자리한다.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안정적인 논리 큐비트 하나를 만드는 데 수십~수백 개의 물리적 큐비트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비율을 얼마나 빨리 낮추느냐가 상용화 시점을 좌우하고, 그 위에서야 비로소 신약 후보물질 탐색, 신소재 설계, 금융 포트폴리오 최적화 같은 응용 소프트웨어 시장이 열린다. 지금은 하드웨어 단계에서 오류율을 낮추는 경쟁이 한창일 뿐, 응용 단계까지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종목·업종 파급
- SK텔레콤: 스위스 아이디 퀀티크(IDQ)를 인수해 양자암호통신(QKD) 사업을 운영 중이나, 이는 양자컴퓨팅 하드웨어와는 결이 다른 통신 보안 영역이다. 정책 수혜 기대는 있지만 실적 기여 규모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 삼성전자: 초미세공정 파운드리 역량이 향후 초전도 큐비트 칩 위탁생산 수요로 이어질 잠재력이 있으나, 이온트랩·광자 방식은 실리콘 파운드리 의존도가 낮아 수혜가 특정 방식에 한정될 수 있다.
- 우리로: 양자통신용 단일광자검출기 등을 국내에 공급하는 코스닥 상장사로 국내 양자 테마의 대표 종목으로 거론되나, 매출 규모가 작아 주가 변동성이 크다.
- IBM·알파벳(구글)·마이크로소프트: 자체 자본력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스택을 동시에 개발하는 빅테크로, 이번 경쟁의 초기 상용화 주도권을 쥐고 있다.
- 아이온큐·리게티 컴퓨팅·디웨이브퀀텀: 미국에 상장된 순수 양자컴퓨팅 기업들로, 상업 매출이 아직 미미한 만큼 뉴스 하나에 주가가 크게 흔들리는 이항 리스크가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