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결승은 시작부터 뜨거웠다. 오랜 세월 ‘텔레콤 워’라 불리며 팬들의 감정선을 뒤흔들었던 두 팀의 맞대결은 단순한 경기 그 이상이었다. KT가 1세트를 따내며 긴장감을 끌어올렸고, T1은 2세트와 3세트에서 압도적인 운영으로 흐름을 되찾았다.
그 중심에는 여전히 Faker가 있었다. 그는 노련함과 순간 판단력을 동시에 보여주며 상대의 중심 라인을 완전히 제압했고, 결정적인 한타마다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KT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4세트에서 기발한 밴픽 전략을 통해 다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팬들의 함성은 최고조에 달했다.
하지만 마지막 5세트, 경험의 무게는 결국 T1의 손을 들어주었다. 치밀한 시야 장악, 세밀한 스킬 연계, 그리고 위기의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은 ‘챔피언의 품격’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돋보인 것은 T1의 완성형 팀워크였다. 선수 개개인의 기량은 물론, 코치진의 밴픽 운영 역시 완벽에 가까웠다. Faker를 비롯해 Oner, Gumayusi, Keria, Zeus 전원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고의 폼을 보여주며, 팀 전체가 마치 한 몸처럼 움직였다.
반면 KT는 마지막 한 끗의 집중력 차이로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 전략적 완성도를 입증했다. 특히 젊은 선수들의 빠른 성장세는 향후 시즌에서 KT가 다시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되었다.

이번 T1의 우승은 단순한 기록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가 출범한 이후 ‘3연속 월즈 우승’은 전례 없는 기록으로, 이는 곧 T1이 ‘역사적인 팀’을 넘어 ‘시대를 대표하는 존재’임을 입증한 셈이다. 무엇보다 Faker의 존재는 팀 그 자체의 상징이다. 2013년 데뷔 이후 수많은 고비와 세대교체를 견뎌내며 여전히 세계 최정상에 서 있는 그의 모습은 스포츠 역사 전체를 통틀어도 보기 드문 현상이다. 세계 각국의 팬들이 경기 후 SNS에서 “그는 단순한 선수 그 이상이다”라며 찬사를 보낸 이유다.
결승이 끝난 뒤 인터뷰에서 Faker는 “우리는 팀으로서 성장했고, 서로에 대한 믿음이 가장 큰 힘이었다”며 담담히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그 말 뒤에는 12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그의 무게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반면 KT 감독은 “아쉽지만 오늘의 실패는 우리 팀이 더 강해질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LoL 리그의 경쟁력과 전통이 다시 한 번 증명되었다고 평가했다. 해외 해설가 리차드 루이스는 “T1은 전술, 운영, 멘탈 모든 면에서 완벽했다. Faker는 여전히 현역 최고의 선수이며, T1은 그와 함께 또 다른 시대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결승의 평균 시청자 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한국 LoL 리그의 브랜드 가치는 한층 더 높아질 전망이다.
이제 팬들의 관심은 벌써 다음 시즌으로 향한다. T1이 4연패라는 새로운 역사를 향해 나아갈지, 혹은 KT가 이번 패배를 딛고 ‘왕조의 균열’을 만들어낼지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오늘, e스포츠의 역사는 다시 한 번 Faker와 T1의 이름으로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