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삼성전기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반도체 패키지 기판에 더해 실리콘 캐패시터를 AI 첨단 부품 라인업에 편입했다. 작은 크기에서 고성능, 고집적 환경의 노이즈 차단, 가혹한 환경의 안정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시장 변화에 대응하려는 포석이다. 회사는 기존 MLCC와 실리콘 캐패시터의 공존을 자신하며 AI 토털 솔루션 공급자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사건의 전말
김원기 삼성전기 실리콘 캐패시터 개발 그룹장은 최근 기자 대상 제품 설명회에서 부품 시장의 핵심 요구사항이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단순히 더 작고 더 높은 용량을 내는 경쟁을 넘어, 칩이 빽빽하게 모이는 고집적 환경에서 전원 노이즈를 얼마나 잘 차단하느냐, 그리고 고온·고전류 같은 가혹한 조건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버티느냐가 승부처가 됐다는 설명이다.
삼성전기가 내놓은 해법이 실리콘 캐패시터다. 이름 그대로 세라믹이 아닌 실리콘 기판 위에 반도체 공정으로 만드는 콘덴서로, 두께를 얇게 가져가면서도 특성 편차가 작고 고주파 영역에서 안정적인 성능을 낸다. 회사는 이를 MLCC를 대체하는 부품이 아니라, 용도에 따라 함께 쓰이는 보완재로 규정했다. 대용량·범용 영역은 MLCC가, 프로세서 바로 아래나 인접부의 초정밀·고신뢰 영역은 실리콘 캐패시터가 맡는 분업 구도다.
핵심 메시지는 라인업의 결합이다. 패키지 기판, MLCC, 실리콘 캐패시터를 한 회사가 묶어 공급하면 AI 가속기와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한데 모인 첨단 패키지에서 전원 설계 전반을 한 번에 제안할 수 있다. 개별 부품 판매에서 솔루션 단위 공급으로 사업의 격을 올리겠다는 전략이다.
구조적 배경
AI 반도체는 소비 전력이 급격히 커지면서 전원을 깨끗하고 빠르게 공급하는 일이 성능과 직결됐다. 프로세서에 최대한 가까운 곳에서 순간적인 전류 변동을 잡아주는 디커플링 부품의 중요도가 올라가는 이유다. 동시에 칩과 부품을 수직으로 쌓는 첨단 패키지가 보편화되면서, 두께를 줄이고 기판에 직접 집적할 수 있는 부품의 가치가 커졌다.
이 흐름은 부품 업체에 양면적이다. 한쪽에서는 범용 MLCC의 단가 경쟁이 거세지지만, 다른 쪽에서는 실리콘 캐패시터 같은 고부가 영역이 새롭게 열린다. 삼성전기가 굳이 공존을 강조한 배경에는, 캐시카우인 MLCC 사업을 흔들지 않으면서 고마진 신사업을 얹으려는 포트폴리오 전략이 깔려 있다.
종목·업종 파급
- 삼성전기: 고부가 실리콘 캐패시터와 AI용 패키지 기판으로 제품 믹스가 개선되면 MLCC 경기 변동에 휘둘리던 실적 구조의 방어력이 높아진다.
- 삼성전자·SK하이닉스: HBM과 AI 가속기 패키지의 전원 안정성 부품 공급망이 국내에서 강화되면, 첨단 패키징 생태계 측면에서 간접 수혜가 가능하다.
- 엔비디아 등 AI 가속기 진영: 고집적 패키지의 전원 노이즈 문제를 풀어줄 부품 선택지가 늘어나는 것은 전방 수요처에 긍정적이다.
- MLCC·수동부품 섹터: 일본 경쟁사가 선점한 실리콘 캐패시터 시장에 국내 업체가 본격 진입하며 고부가 부품 경쟁이 격화될 수 있다.
- 패키지 기판 업종: 부품과 기판을 묶는 솔루션 경쟁이 부각되며 종합 공급 역량을 갖춘 업체로 가치가 재편될 여지가 있다.
강세 vs 약세 시나리오
강세 시나리오는 명확하다. AI 패키지의 전력 밀도가 계속 높아지는 한 고신뢰 디커플링 부품 수요는 구조적으로 늘고, 부품과 기판을 함께 제안하는 삼성전기의 솔루션 전략은 단가와 점유율 모두에서 협상력을 키운다. 신사업이 고마진으로 안착하면 기업가치 재평가의 근거가 된다.
약세 시나리오도 짚어야 한다. 실리콘 캐패시터는 아직 전체 매출에서 비중이 작아 단기 실적 기여는 제한적일 수 있고, 선행 업체와의 기술·고객 검증 격차를 좁히는 데 시간이 든다. 본업인 MLCC 업황이 둔화되면 신사업의 기대만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기는 어렵다. 또한 AI 투자 사이클이 조정될 경우 전방 수요 자체가 흔들릴 위험이 있다.
투자자 액션 포인트
- 실리콘 캐패시터의 실제 양산·고객 채택 진척과 매출 비중 변화를 분기 실적에서 추적할 것.
- 전체 실적의 방향타는 여전히 MLCC 업황인 만큼, 전장·AI용 고부가 MLCC 출하 흐름을 병행 점검할 것.
- AI 가속기와 HBM 투자 사이클의 지속 여부를 전방 수요 선행지표로 활용할 것.
- 부품 단품이 아닌 기판·MLCC·캐패시터 묶음 솔루션의 수주 사례가 나오는지를 재평가 트리거로 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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